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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타임즈 - 17

붉은 뺨 | 2015-03-12 | Lv.10 인토내쇼날노동자짤구

미경은 급하게 여자를 수소문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여자를 만나 본 적 없는 일금은 소개팅을 해준다는 미경의 전화에 마음이 설레 심장이 녹아내릴 뻔했다. “이진희라고 하는데 고향 동생이야. 일요일 날 두 시에 강남역 10번 출구로 오라고 했으니까 한 번 만나 봐. 전화번호는 문자로 찍어줄게.”약속 당일 아침 6시에 일어난 일금은 목욕을 다섯 번 하고, 로션을 열두 번 바르고, 옷을 스무 번 갈아 입고, 왁스를 두 통 쓰고, 없는 향수 대신 방향제를 세 번 뿌린 뒤 의기양양하게 강남역을 향했다. 일금의 소개팅 상대인 이진희는 약속 시...

Tags : 소설

좀비 타임즈 - 16

붉은 뺨 | 2015-03-11 | Lv.10 인토내쇼날노동자짤구

“일금아. 형 애인 생겼어.”여자의 이름은 미경이라고 했다. 같은 회사 동료였는데 직급은 일문과 같았지만 나이는 일문보다 어렸다. 처음 몇 달 동안 일문은 미경의 존재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일문은 그녀를 그저 조용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지만 일문네 사장은 곧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목표로 삼았다. 그러면 직원들 역시 여느 회사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핑계를 대며 몸을 사렸는데, 박대리는 방울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며 사장 눈치를 봤고, 이과장은 자신은 고양이 알러지가 있다며 재채기를 해댔고, 권차장은 ...

Tags : 소설

좀비 타임즈 - 15

비너스의 불량 | 2015-02-24 | Lv.10 철구

일문은 태어나서 한 번도 입 밖에 꺼내 본 적 없는 욕들이었니 아무리 뜯어 봐도 닮은 구석이라고는 좆털 세포 미토콘드리아의 분자만큼도 없는 이 형제가 과연 좆털 세포 미토콘드리아 분자의 원자만큼이라도 피가 섞인 친형제인지는 신만이 알 일이었다. 형 일문이 대학을 졸업하는 해, 신입 사원을 뽑는 회사는 많지 않았다. IMF의 여파였다. 일 년을 허송세월한 일문은 가까스로 IT 회사의 기획팀에 입사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고 곧 다른 회사를 알아봐야 했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며 세상의 모든 돈이 IT에 몰릴 ...

Tags : 소설

좀비 타임즈 - 14

비너스의 불량 | 2015-01-22 | Lv.10 철구

돈을 떼이지 않는 것이 일을 찾는 것 못지 않게 어려웠던, 아르바이트생들의 푼돈조차 벗겨 먹어야 살 수 있었던 IMF 시절이었다.일문 아빠가 죽은 지 일 년쯤 지났을 때, 일문 엄마는 외박이 잦아졌다. 가게에서 잤다, 밤새 단체 손님 받을 준비를 했다는 둥 처음에는 핑계라도 있었지만 그조차 곧 사라졌다. 그렇게 몇 개월 흐른 어느 날 밤 일문 엄마는 두 형제를 앉혀 놓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엄마 재혼해.”가게 단골 손님과 재혼을 해 지방에 식당을 차릴 것이라고 말하는 일문 엄마는 남편의 장례식에서도 못...

Tags : 소설

좀비 타임즈 - 13

비너스의 불량 | 2015-01-21 | Lv.10 철구

“내사 마 쭉 이래 봤는데예. 점마가 어제 사이다 스물세 깡통을 뱃속에 들이부슨 건 맞지만서도 오늘은 한 개도 안 마셨다 아임미까. 그라이끼네 저 눈물은 진퉁인기라예.” 아빠의 부재는 안 그래도 가난한 형제의 가계를 더욱 빈곤하게 만들었다. 일문은 곧장 아르바이트 일선에 나섰다. 처음에는 중학생들 과외를 했는데 이미 대가리 굵어진 아이들을 소심한 일문이 제대로 가르칠 리 없었고 그러니 아이들 성적이 오를 리 없었고 그러니 학부형이 과외를 계속 맡길 리 없었다. 다음으로 식당이나 카페에서 서빙을 했는데 이 역시 주변머...

Tags : 소설

좀비 타임즈 - 12

비너스의 불량 | 2015-01-06 | Lv.10 철구

일문이 제대하기 전날 밤, 일문 아빠는 골재를 싣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IMF의 전조가 휘몰아치던 시기였으니 일문 아빠가 받은 어음은 결제 없이 쌓여만 갔고 오래된 어음부터 부도가 났다. 건설 업체들도 차례로 무너지고 있던 터라, 간만에 들어온 일을 일문 아빠는 놓칠 수가 없었다. 새벽을 달려 마지막 물량만 부려주면 아침에 올라가 일문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문 아빠는 생각했다. 드문드문 불빛을 던지는 가로등만 지나면 오가는 차량 없는 고속도로는 줄곧 새까맸고, 이제 와 애원해도 소용없다고 부르짖는 카스테레오가 있었어도...

Tags : 소설

좀비 타임즈 - 11

비너스의 불량 | 2015-01-05 | Lv.10 철구

“뭐 마실 거야? 커피 줄까?”일금이 허겁지겁 고개를 끄덕이자 웅장한 아가씨는 주방으로 들어가 자기 몫의 커피까지 들고 나왔다. 아가씨가 둘둘인지 셋셋인지 물었는데, 무슨 소리인지는 몰라도 무조건 많은 게 좋다고 생각한 일금은 넷넷이라고 답했다. 아가씨는 프림 넷, 설탕 넷을 커피에 넣고 휘저었다. 입 안에 고인 침을 한 번에 넘기면 소리가 들릴까 봐 일금은 그걸 조금씩 나눠 삼켰다. 부암리 사무소 스피커에서 마을 방송할 때나 나옴 직한 큰 소리가 꿀떡 꿀떡 꿀떡 일금의 목구멍을 연달아 울렸다. “어느 부대야? 마을...

Tags : 소설

좀비 타임즈 - 10

비너스의 불량 | 2014-12-30 | Lv.10 철구

한 달에 한 번 꼴로 형을 찾아가던 일금이 면회를 뚝 끊은 건 송 영감 때문이었다. 송 영감은 어깨 봉제선이 터진 겨자색 폴로 셔츠를 입고 목에 흰 수건을 감고 있었다. 일금이네 다가구 현관 처마 응달에 리어카를 세운 송 영감은 반만 피우고 셔츠 주머니에 넣어 둔 담배를 다시 꺼내 물었다.“그래서 일문이가 어데 있다고?”“이왕면 부암리요. 부암 검문소에서 내리면 돼요.”“그기면 다방들 많은 데 아이가? 맞나? 좋은 데서 뺑이 치네”“그게 왜 좋아요?”“군바리는 티켓이야. 레지 아가씨 티켓 끊어가 노래방에서 노래도 부르고 손도 쪼물딱...

Tags : 소설

좀비 타임즈 - 10

비너스의 불량 | 2014-12-30 | Lv.10 인토내쇼날노동자짤구

한 달에 한 번 꼴로 형을 찾아가던 일금이 면회를 뚝 끊은 건 송 영감 때문이었다. 송 영감은 어깨 봉제선이 터진 겨자색 폴로 셔츠를 입고 목에 흰 수건을 감고 있었다. 일금이네 다가구 현관 처마 응달에 리어카를 세운 송 영감은 반만 피우고 셔츠 주머니에 넣어 둔 담배를 다시 꺼내 물었다.“그래서 일문이가 어데 있다고?”“이왕면 부암리요. 부암 검문소에서 내리면 돼요.”“그기면 다방들 많은 데 아이가? 맞나? 좋은 데서 뺑이 치네”“그게 왜 좋아요?”“군바리는 티켓이야. 레지 아가씨 티켓 끊어가 노래방에서 노래도 부르고 손도 쪼물딱...

Tags : 소설

좀비 타임즈 - 9

비너스의 불량 | 2014-12-26 | Lv.10 철구

일문은 의정부 306 보충대로 입대했다. 일문이 입대하기 나흘 전, 일문 아빠는 골재를 나르러 새만금으로 떠나야 했다. 전국의 중장비는 다 그곳으로 모여들었는데, 우께도리 받은 일이라 일문 아빠도 당분간 그곳에 붙어 있어야 할 처지였다. “고참이 때리면 안 아파도 무조건 바닥에 굴러. 그래야 덜 맞아.”일문 아빠는 자신의 군 시절이 떠올랐는지 일문을 끌어 안고 꺽꺽 울다가 트럭에 올랐다. 입대 전날 저녁 밥상에는 소불고기가 올라왔다. 큰 그릇과 작은 그릇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당연히 큰 그릇이 일문이 몫이었다. 일금은 형 몫인 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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